건강

장내 미생물, 단순 소화 보조자? NO! 면역 조절, 뇌 기능, 염증까지 관여하는 핵심 플레이어

몸튼튼기록러 2025. 4. 27. 09:43

II. 장내 미생물총의 핵심 기능

장내 미생물총은 숙주의 건강 유지에 필수적인 다양한 핵심 기능을 수행한다. 이는 단순한 소화 보조 역할을 넘어 면역 조절, 신경 전달, 염증 제어 등 전신 생리에 깊숙이 관여한다.

A. 소화 및 영양소 대사: 인간 능력의 확장

  • 식이섬유 분해: 인간의 소화 효소로는 분해할 수 없는 복합 탄수화물(식이섬유, 저항성 전분, 다당류 등)을 장내 미생물이 가진 다양한 효소(예: 가수분해효소)를 이용해 분해한다. 이 과정은 주로 대장에서 일어난다.  
     
  • 단쇄지방산(SCFA) 생산: 탄수화물 발효의 주요 산물로 아세트산(acetate), 프로피온산(propionate), 부티르산(butyrate)과 같은 SCFA를 생산한다.
    • 부티르산: 대장 상피세포의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며 , 장 장벽 강화, 염증 억제, 면역 세포(Treg) 조절, 암세포 사멸 유도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주로 후벽균문(Faecalibacterium prausnitzii, Eubacterium, Roseburia 등)에 의해 생산된다.  
       
    • 프로피온산 & 아세트산: 숙주의 에너지원으로 사용될 뿐 아니라, 당 및 지질 대사 조절, 식욕 및 포만감 신호 전달에도 관여한다. 프로피온산은 주로 박테로이데테스문에 의해 생산된다. Treg 세포 항상성 조절에도 기여한다.   
     
  • 에너지 수확: 장내 미생물은 식단으로부터 숙주가 이용할 수 있는 에너지(칼로리) 양을 크게 증가시킨다. 이는 비만 발생과 관련이 있으며, 무균 쥐는 미생물총이 이식되기 전까지 비만 유도 식단에 저항성을 보인다.  
     
  • 영양소 합성: 인간이 스스로 합성하지 못하거나 효율적으로 흡수하기 어려운 필수 비타민(예: 비타민 K, 다양한 B군 비타민 - 엽산, 리보플라빈, B12 등)을 합성한다.  
     
  • 기타 물질 대사: 단백질 , 폴리페놀 , 담즙산(1차 담즙산을 2차 담즙산으로 전환) , 그리고 약물이나 환경 오염 물질과 같은 외부 유입 물질(xenobiotics) 대사에도 관여한다.  
     

이러한 기능들을 종합해 볼 때, 장내 미생물총은 단순한 소화 보조자를 넘어, 숙주가 자체적으로는 수행할 수 없는 필수적인 대사 과정을 담당하는 핵심적인 '대사 엔진'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SCFA, 비타민, 신경전달물질 전구체, 2차 담즙산 등 미생물이 생산하는 다양한 생리활성 대사산물들은 단순한 부산물이 아니라, 장 내외에서 면역, 뇌 기능, 전신 대사 등 광범위한 숙주 생리 현상을 조절하는 중요한 '신호 전달 분자'로 작용한다. 이는 장내 미생물총이 숙주의 전신 조절 네트워크에 통합된 내분비 및 신호 전달 기관으로서 기능함을 시사한다.  

B. 면역계 조절: 훈련과 균형 유지

  • 면역계 발달 촉진: 장내 미생물총은 숙주 면역계, 특히 장관 연관 림프 조직(GALT, Gut-Associated Lymphoid Tissue)의 정상적인 발달과 성숙에 필수적이다. 무균 동물은 면역계 발달이 미숙하다. 인체 면역 세포의 약 70-80%가 장에 존재하며 미생물과 밀접하게 상호작용한다.  
     
  • 면역 관용 유도: 면역계가 유해한 병원균과 무해한 공생 미생물 또는 식이 항원을 구별하도록 학습시켜,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면역 반응을 억제하는 면역 관용(immune tolerance)을 확립하는 데 기여한다.  
     
  • 면역 세포 분화 및 기능 조절: 미생물 자체 또는 미생물 유래 산물(예: SCFA, B. fragilis의 다당류 A(PSA))은 T 세포(Treg, Th17), B 세포(IgA 생산), 수지상 세포, 대식세포, 선천성 림프구(ILC) 등 다양한 면역 세포의 분화, 성숙, 기능을 조절한다. 예를 들어, SCFA는 항염증성 Treg 세포 분화를 촉진하는 반면 , 분절사상균(SFB)은 염증 유발 또는 점막 방어에 관여하는 Th17 세포를 유도한다.  
     
  • 장벽 기능 강화: 장 상피 장벽의 통합성을 유지하여 병원균 침입을 막고 미생물 유래 물질(예: LPS)이 혈류로 누출되는 것을 방지하는 데 기여한다. 특히 부티르산은 대장 상피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고 세포 간 치밀 결합(tight junction)을 강화한다. Akkermansia muciniphila는 점액층 유지에 도움을 준다.  
     
  • 병원균 방어: 영양소와 부착 부위를 두고 병원균과 경쟁하며(정착 저항성, colonization resistance), 박테리오신과 같은 항균 물질을 생산하여 병원균 증식을 억제한다.  
     

장내 미생물총과 면역계의 밀접한 상호작용은 단순한 반응 관계를 넘어선다. 이는 마치 숙주와 미생물이 함께 진화하며 구축한 공생 시스템과 같아서, 미생물총이 평생에 걸쳐 면역계를 적극적으로 '교육'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함을 시사한다. 면역계는 단순히 미생물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미생물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다. 이러한 지속적인 대화는 국소적인 장 면역뿐만 아니라 전신 면역 반응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며 , 미생물 불균형은 이러한 교육 과정을 방해하여 여러 질병에서 관찰되는 면역 조절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C. 장-뇌 축 (Gut-Brain Axis): 양방향 소통

  • 정의: 장과 장내 미생물총, 그리고 중추신경계(뇌)를 연결하는 복잡하고 양방향적인 소통 네트워크이다. 신경, 내분비, 면역, 대사 경로를 통해 상호작용한다.  
     
  • 소통 경로:
    • 신경 경로: 미주 신경(vagus nerve)이 주요 경로이며, 장 신경계(ENS, "제2의 뇌"), 척수 구심성 신경도 관여한다. 미생물은 미주 신경 활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 내분비 경로: 장내 미생물은 장 내분비 세포(enteroendocrine cells)에서 분비되는 장 호르몬(GLP-1, PYY, 그렐린 등)에 영향을 주어 식욕, 포만감, 대사를 조절한다. 또한 스트레스 반응 시스템인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HPA axis) 조절에도 관여한다.  
       
    • 면역 경로: 미생물 대사산물(SCFA, LPS 등)이나 미생물과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이 면역 세포를 조절하고, 이로 인해 분비된 사이토카인이 뇌로 신호를 전달할 수 있다.  
       
    • 대사/체액 경로: 미생물 대사산물(SCFA, 2차 담즙산, 트립토판 대사산물 - 세로토닌 전구체 등, GABA)이 혈액으로 흡수되어 혈액-뇌 장벽(BBB)을 통과하거나 우회하여 뇌 기능과 신경전달물질 시스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뇌 및 행동에 대한 영향: 미생물총은 신경 발달, 스트레스 반응(HPA 축 조절), 기분(불안, 우울), 인지 기능, 사회적 행동, 통증 인식 등에 영향을 미친다. 무균 쥐는 뇌 발달과 행동에 이상을 보이며, 이는 미생물 이식을 통해 일부 회복될 수 있다.  
     

D. 염증 조절: 균형 유지 역할

  • 염증 반응의 양면성 조절: 장내 미생물총은 염증 유발 신호와 항염증 신호 사이의 균형을 유지함으로써 면역 항상성을 조절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 항염증 기전:
    • SCFA(특히 부티르산) 생산: 염증 경로(NF-κB 등)를 억제하고 Treg 세포 분화를 촉진한다.  
       
    • 기타 항염증 대사산물 생산: 특정 트립토판 대사산물(예: 인돌 아크릴산 ), 폴리아민 , 공액 리놀레산(CLA) 등이 항염증 효과를 나타낸다.  
       
    • 면역 관용 유도 세포 활성화: IL-10을 생산하는 Treg 세포나 수지상 세포를 유도한다.  
       
    • 장벽 강화: 염증 유발 물질(LPS 등)의 전신 유입을 차단한다.  
       
  • 염증 유발 가능성: 미생물 불균형(dysbiosis)은 염증 유발균(예: 일부 프로테오박테리아, 병원성 공생균)의 증식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장 투과성 증가는 LPS와 같은 세균 구성 성분의 혈류 유입을 증가시켜 TLR(Toll-like receptor) 활성화를 통해 전신적인 만성 저등급 염증(systemic low-grade inflammation)을 유발한다. 이러한 만성 염증은 여러 만성 질환의 핵심적인 병리 기전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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